우리는 무슨 일이나 상황을 잘 모를 때 ‘영문(營門)을 모르겠다’고 한다. 어떤 이는 영문(英文)인 줄 알고, -물론 장난삼아 하는 말이겠지만- “내가 가방끈이 짧아서 영어는 젬병이야”라고 받아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영문(營門)은 english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 원래 영문이란 ‘감영(조선시대에 팔도에 파견된 감사가 직무를 보는 관아)’의 감사가 드나들던 문을 이르는 말이다.
감사가 업무를 보던 공간은 보초가 삼엄하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러므로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 모를 때 “영문을 모른다”라고 했다. 근대에 와서 큰 회사의 경영진이 드나들던 승강기를 ‘영문(營門)’이라고 하기도 했다. 경영진만의 특별 대우를 하는 것으로 이들이 언제 탑승하고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도 덧붙었다고 한다.
영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주로 ‘모르다’ ‘알 수 없다’와 함께 쓰여) 일의 진행되는 까닭이나 형편’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리고 영문(營門)의 의미로 ‘병영의 문, 군대가 주둔하는 지역의 안, 조선 시대, 각 도의 감사가 업무를 맡아보던 관아’라고 나타나 있다. 즉 예전 영문의 의미가 한자어의 기능을 잃고 한글화된 양태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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