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이철규 부장|배태용·김병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선포 이후 시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규제일변도의 정책으로 시장에선 거래절벽 현상과 그로 인한 각종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치솟는 집값은 물론, 대출까지 막힌 탓에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일단 쓰고 보자’식의 소비트렌드를 낳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각종 부작용 속출에도 규제 또 규제…부동산시장 내 전례 없는 이상기류 확산
지난 12월 16일 국토교통부(국토부)는 그동안 발표했던 규제와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12․16부동산’으로 불리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대출규제와 세금인상이다. 갭 투자를 원천 차단해 투기세력의 주택시장 진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우선 대출 부분에선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집단대출을 금지하고 투기과열지구의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LTV 적용을 40%에서 20%로 적용했다. 15억원이 넘는 주택을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 투자 방지 명분을 앞세워 전세대출을 제한했고 만약 주택을 구입할 경우 전세대출금을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 세금 관련 부분에서는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2023년까지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시장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우선 집값과 전세값의 균형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의 전세값은 집값과 상관없이 폭등하고 있다. 구랍 30일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전세가격전망지수는 117.3으로 1월의 78.9에 비해 36.4p나 올랐다.
서울과 지방 간의 집값 양극화 현상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 가격은 8억2376만원이다. 대출규제 기준인 9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들은 가격하락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19년 12월 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내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 누적 변동률은 -6.59%로 2018년의 -4.85%에 비해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강원도 내 평균 주택 매매가격은 2019년 1월 1억5294만원, 12월 1억5009만원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기조 전환을 통한 규제해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심형석 SWCU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일관되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은 물 흐르듯 유연하게 흘러가야 하는데 무리하게 둑을 쌓고 댐을 만들려 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경인여대 교수) 회장은 무너진 부동산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선 부동산을 전쟁을 해야 하는 적으로 보는 대통령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은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것처럼 부동산도 시장의 흐름에 맡겨 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집값 폭등→주택구매 포기→쓰고보자 한탕주의…미래 포기한 청년들 “이번 생은 망했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인한 이상기류 현상은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집값 상승으로 인한 여파가 소비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아직까지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청년층들의 소비트렌드 변화가 두드러진다. 기존 주택 마련을 목표로 땀 흘려 일하고 절제했던 소비성향이 한탕주의, 과소비 등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인 라임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 건수는 2017년 2분기에 비해 3.5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명품구매 건수 상승은 20대가 주도했다. 20대의 명품구매 건수는 2년 새 7.5배나 증가했다.
신도림동에 사는 직장인 이경필(35) 씨는 치솟는 집값에 결국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행복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집을 구매하기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선 사실상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동안 저축하던 돈을 여행을 한다거나 사고 싶은 물건을 구입하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결혼한 박수진(34·여) 씨는 서울에서 집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미래를 위한 저축대신 지금의 행복을 위한 소비에 열중하고 있다. 이 씨는 “집값이 빠르게 오르게 있는데 대출까지 막으면 사실상 이번 생엔 집을 사지 말란 것과 다름없다”며 “남편과 상의해 주택 구매를 위한 저축을 줄이고 취미나 쇼핑에 쓰는 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이번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강화됐다. 문제는 서울의 집값 상승이 확산되면서 강북권에도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늘어난 것이다”며 “서울에 살려면 9억원을 넘지 않는 집을 사는 것 자체가 힘든데 이에 대한 대출을 막아놨으니 현금부자를 제외한 서민들의 주택 매수는 더욱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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