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은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급여가 그대로이거나 오르더라도 물가가 더욱 크게 올라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에 이 말이 유행하고 있지 않을까.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6개월 만에 2% 후반대로 내려왔지만, 지난달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반등해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신선과일과 신선채소 등의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생활물가지수도 식품류 위주로 3.7% 상승했다.
다만 올해 물가는 지난해보다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인 3.6%보다 1%p 내린 전망치다.
그럼에도 물가 내림세가 피부에 와닿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부담으로 각 부문별로 회복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데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도 현재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이미 1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오른 상태다.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지만 올해는 우편함에 더욱 높은 수치가 적힌 공공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공기업의 누적된 부실 때문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110억 원·발전용 미수금은 1조9791억 원 등 미수금이 총 15조765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총 미수금은 3분기 대비 2227억 원 늘어났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가스를 구매한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를 팔았을 때 발생하는 차액이다. 연료비를 가스요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외상’ 개념의 미수금으로 처리한다. 미수금은 회계상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회수 가능성 여부에 따라 적자가 될 수도 있다.
가스공사의 실적도 부진한 모습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 13.9%·36.9% 줄어든 44조5560억 원·1조5534억 원의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순이익도 7474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가스공사뿐 아니라 한국전력(한전)도 가스공사와 같은 이유로 지난해 4조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기 요금 인상과 연료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덕에 영업손실 규모가 28조 원 줄어들었지만 3년간 누적 적자액은 43조 원에 달해 재무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전이 감당해야 할 연간 이자 비용은 3조3000억 원가량이고 이것을 하루로 따지면 90억 원에 이른다”며 “요금 조정은 꼭 필요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두 공사는 모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당시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압력으로 인상분을 제때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부실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공공요금을 동결하자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예상컨대 내달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부가 총선 이후에 미뤄 뒀던 공공요금을 인상하지 않을까 싶다. 공공요금이 크게 뛴다면 물가 내림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국민이 물가 내림세를 체감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기업에 청구되는 공공요금들도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으로 번져 결국 물가 인상이라는 결과가 되어 돌아와 서민경제를 더욱 짓누를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 공공요금 인상에 나서고, 에너지 공기업은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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