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리바트 등 31개 업체, 빌트인 특판가구 짬짜미… 공정위 931억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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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738건 부당공동행위
낙찰예정자·들러리 참여자·입찰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
“업계 고질적 담합 관행 근절되는 계기 되기를 기대해”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7 09:59:00

현대리바트·한샘 등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들이 10년간 건설사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입찰 과정에서 벌인 사전 낙찰예정자 합의 및 투찰가격 공유 등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931억 원(잠정금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7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31개 가구업체들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들이 발주한 총 738건 입찰에서 사전에 모임 또는 유선연락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낙찰순번 또는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특판가구를 구매할 때 등록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입찰을 실시하여 최저가 투찰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구업체의 건설사별 영업담당자들이 입찰 참여 전에 낙찰예정자·들러리 참여자·입찰가격 등을 합의한 것이다.

이들 가구업체들은 구체적으로 낙찰예정자 또는 낙찰순번 선정에 관해 주사위 굴리기·제비뽑기·선 영업 업체 우대 등 건설사별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전 합의했다.

이들은 입찰이 예상되는 여러 현장을 묶어서 한꺼번에 낙찰순번을 정하거나 개별 입찰건별로 낙찰예정자를 정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합의된 낙찰예정사가 견적을 작성해 들러리사에게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하면 들러리사는 수령한 견적가격을 그대로 또는 상향 조정하여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또 명시적인 낙찰예정자 결정 없이 수주를 원하는 업체가 다른 경쟁업체에게 고가투찰을 요청하면서 견적서를 제공하거나 입찰참가자격 유지를 희망하는 업체가 낙찰확률이 높은 업체에게 견적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를 통해 견적서를 제공한 업체는 낙찰확률을 높이거나 높은 순위를 확보할 수가 있었고 제공받은 업체는 입찰참가자격 유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가구업체들의 이 같은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8호에 따르면 입찰 또는 경매를 할 때 낙찰자·경락자·입찰가격·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에 대해 다른 사업자와 합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진 고질적인 담합으로 관련매출액이 약 1조9457억 원에 달하며 대다수 국민들의 주거공간인 아파트의 분양원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지속되어 온 특판가구 입찰담합을 제재한 사례”라며 “이를 통해 가구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담합행위에 참여한 31개 가구업체는 현대리바트·한샘을 비롯해 △에넥스 △한샘넥서스 △넵스 △넥시스디자인그룹 △케이씨씨글라스 △현대엘앤씨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우아미 △꿈그린 △위다스 △대주 △파블로 △내외 △베스띠아 △매트프라자 △비앤드케이 △에몬스가구 △에스에프훼미리 △제노라인 △에넥스잠실특판 △동명아트 △한샘특판부산경남대리점 △스페이스맥스 △제스디자인 △라비채 △보루네오특판사업 △한특퍼니쳐 △세한프레시젼 등이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