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성인물 홍보’ 군튜버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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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8 00:02:30

유명 성인물 여배우를 섭외해 국군 문화를 조롱하는 유명 국군 장교 출신 군유튜버(군튜버) 영상을 접한 뒤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성인 채널 홍보를 위해 출연한 여배우 앞에서 군튜버는 “우리 군인들은 성인물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 병사들에게 여배우 성인물을 직접 홍보하고 있던 것이었다. 군튜버는 여배우에게 국군이 각종 부조리의 온상이라고 설명했고, 여배우는 연신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너무 심했다”며 혀를 찼다.

성인물 여배우 앞에서 20대 여성 배우자감으로 군 간부는 자격 미달이라는 조롱성 말을 이어 갔고 “성인 채널을 많이 사랑해 달라”는 인사말로 영상을 마무리했다. 여러 군튜버들이 성인물 여배우들을 섭외한 뒤 국군장병의 사기 진작을 명목으로 외설적 컨셉의 여배우 군복 코스프레 방송을 하는 게 유행일 정도다.

충격의 근원은 그가 자타 공인 공신력의 대명사 군튜버라는 점이었다. ‘허리 무너지는 군’이라는 초유의 ‘군 간부 전역 현상’을 들어 병영 문화 비판을 하며 지상파와 국방부 주관 행사에도 수차례 등장했던 인물이다. 오프라인 행사 등에서 유명 군튜버인 그는 청년 정치인급 팬덤과 인기를 구가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교 출신으로 간부 처우 개선을 주장하던 군튜버들이 사익 추구를 위해 병영 문화 비판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실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서 군튜버는 자신의 사업 홍보를 하고 있었다. 콘텐츠 곳곳에서 장교들에게 전역 이후 경제활동의 자유를 언급하며 전역을 부채질하는 모습도 보였다. 간부 전역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군 처우 개선을 원했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또 다른 장교 출신 군튜버의 영상은 더욱 심각했다. 적나라한 욕설이 섞인 말들을 끊임없이 내뱉는 그는 군에서 장기 복무하는 것의 불리함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 또한 지상파 방송 출연 경력을 수시로 언급하며 자신의 발언 내용에 대한 신빙성을 강조했다. 군튜버 콘텐츠는 주제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당직 수당의 불합리함’ ‘군무원과 군 출신과의 차별’ ‘잦은 이사와 열악한 숙소’ 등의 이미 공론화된 문제를 재탕하여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직원을 채용하고 배우를 동원해 쇼츠를 만들고 수만에서 수십만 구독자를 경쟁하듯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군튜버들은 기획사(MCN)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 모습이다. 유명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고 밝힌 한 요식업 프랜차이즈 업체는 군튜버를 홍보 엠버서더로 채용한 후 사인회도 열고 있다. 군튜버의 영상 곳곳에 광고 영상이 지속해서 올라오는 이유다.

국군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군튜버 채널 모두가 이런 극단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국군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일부 군튜버들은 제도적 개선점과 발전 방향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비판의 경우 사익을 추구하는 군튜버들과는 사건의 수위와 접근법 자체가 달랐다. 단순 구독자 끌어모으기와 수익 창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방력 강화를 위해 군 간부 육성의 형식에 대한 연구가 콘텐츠의 주축을 이루는 군튜버 채널도 적지 않다. 이들이 단지 일부 강성 군튜버의 구독자 수에 호도된 이들에게 오해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사이버렉카’라 불리는 유튜버들은 권력과 자본력을 얻는 과정에서 기성 언론에 수년 동안 인용됐고 막대한 팬덤을 구가했다. ‘쯔양 협박’ 혐의로 구속된 ‘구제역’의 경우 그의 콘텐츠가 주요 매체에서 여러 차례 다뤄지며 공신력을 얻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뒷돈을 받고 폭로성 콘텐츠를 만들었다. 겉으로는 정의 구현을 하는 듯 대중의 눈과 귀를 속였다.

제2의 쯔양 사태가 군튜버 영역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유명하다 싶으면 앞뒤 안 가리고 주먹구구식으로 받아쓰는 기성 언론의 책임도 없지 않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