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칼자루’ 쥔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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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7.83% 쥐고 있는 국민연금 행보 따라 경영권 분쟁 승자 갈려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0 12:47:59

▲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 주식 지분 7.83%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고려아연과 영풍 가운데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행보가 요동칠 수 있어서다.

14일 마감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결과 영풍과 MBK 측은 주당 83만 원에 5.34% 달하는 주식을 추가로 확보해 지분율을 38.47%로 끌어올렸다.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및 우군 진영의 지분 33.99%를 일단 넘어섰다.

고려아연은 이에 맞서 지분 확보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했고 23일로 자사주 매수가 마감된다.

만약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계획에 따라 전체 주식의 10%를 사들여 소각하면 최윤범 회장 측은 최대 지분 40.27%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양측의 지분 격차가 1%대에 불과하다. 여전히 각 진영에서 장내에 남은 주식 추가 잔여분을 매수하면 지분 우위는 뒤집힐 수 있는 팽팽한 형세다.

그리고 결국 남은 잔여 지분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고려아연과 영풍 가운데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최종 행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드’를 쥔 국민연금의 행보는 현재까지는 영풍이 아닌 고려아연 측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을 상대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사회적 가치 등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냐”는 질의가 나왔다.

최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해 어느 한 쪽 편에 서겠냐는 질문인 셈이다. 이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다만 국민연금은 여태까지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결정을 내려왔다. 2년 전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이사 선임안을 국민연금은 반대했다. 장 고문이 과도하게 겸임을 하고 있어 충실의무 수행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결정적으로 당장 올해 3월 열린 주총에서도 고려아연과 영풍이 2건의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는데 2건 모두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입장에 선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에 추후 진행될 지분 대결에서도 국민연금이 영풍 쪽에 설 가능성은 낮지 않겠냐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고려아연이 금융감독원에 제기한 영풍의 시세 조종 혐의에 대한 진정서 제기와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도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이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영풍이 시세 조종을 시도했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주가 조작과 관련해 명확한 정황 증거가 없어 당국 조사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고려아연과 영풍 양측 모두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도 지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지분율 경쟁을 벌이면서 내년 3월에 열릴 정기주총에서 최종적으로 경영권의 행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리고 일단 현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는 국민연금이 내년 초 주총 전 남은 5개월 여 기간 동안 어떤 선택을 할 지 여부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