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사법 리스크 없는 진짜 ‘이재용’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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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4 00:02:30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는 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직원 14명의 부정거래 행위 및 자본시장법 논란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해 3심이 남았지만 1심보다 2심 판결이 빨랐고 3심에서 법원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가 적다는 점에서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덜어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대법원 재판은 피고인이 직접 참석할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 주가는 3일 5만1000원에서 13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5만6000원으로 올랐다. 사법 리스크 해결에 따른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4일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회장·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또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며 금산분리 문제 해결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또한 진행 중이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삼성전자를 넘어 경제계 전체의 큰 이슈였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검찰이 삼성의 발목을 잡았던 꼴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제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으니 이재용 회장이 전면에 등판해 위기에 빠진 삼성을 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경감에 따른 삼성의 반등에 대한 기대는 이전부터 있었다. 이재용 회장이 2022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을 때도 그랬고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그랬다.

이재용 회장은 이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거나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서 존재감을 어필해 왔다. 재계와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이재용 회장이 복귀하기만 하면 과감한 혁신과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레발은 덤이었다.

한편 삼성전자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가장 큰 이슈였던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D램 수요 부진과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반도체 경쟁력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노조는 의사결정 구조와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고 삼성전자 경영진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주주총회에서 노골적으로 이건희 선대회장이라면 경영진을 전부 교체했을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어쨌든 이재용 회장이 경영에 집중하지 못해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탓이니 이재용 회장만 복귀하면 반등할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경감된 상황에서는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총수의 책임이 무엇보다 커진다. 3심 판결까지 나온 뒤 정말 사법 리스크가 사라진 뒤에도 삼성전자가 도약하지 못한다면 이재용 회장이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에 더해 향후 또 있을지 모를 재벌 총수의 재판 등의 경우에 대비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벌 회장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 또한 힘을 잃게 된다.

삼성과 재계는 그동안 이재용 회장에 대해 경영에 복귀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과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게 해 줄 슈퍼맨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해 왔다. 이제 이재용 회장의 어깨에는 삼성전자 임직원들과 주주들에 대한 책임에 더해 재계의 오랜 숙원에 대한 무게도 얹어진 셈이다.

정말 삼성전자가 이렇게 오랫동안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게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었다면 이제 이재용 회장은 그 누구보다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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