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쇼핑 앱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맹렬한 기세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 생태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엔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업체들을 긴급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이미 알리·테무가 국내 시장을 상당 부분 장악한 후여서 만시지탄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알리와 테무가 단기간에 국내시장을 파고든 규모와 속도는 놀랍다. 알리는 한국 시장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이 2018년인데 5년여 만에 국내 쇼핑 앱 3위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국내의 알리 앱 사용자는 717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또 지난해 처음 한국 소비자에게 선보인 테무의 앱은 6개월간 약 900만 건 깔리면서 최근 5개월 연속 신규 설치 쇼핑 앱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이커머스의 한국 시장 잠식 요인은 무엇보다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저가’와 ‘할인’ 공세다. 이들 쇼핑 앱은 한국 쇼핑몰보다 많게는 70~90%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여기에 ‘해외 직구’와 ‘무료 택배’ 전략으로 각종 공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알리의 국내 이용자는 700만 명, 테무는 3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 직구 거래 총액은 6조7657억 원이었는데 그중 중국 직구가 3조2873억 원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역직구는 1조569억 원에 그쳐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한·중 직구 무역에서 우리가 적자 2조2000억 원을 기록한 배경이다.
초저가와 파격 할인을 내세운 중국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장기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이 해외시장에 초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이유는 자국 내 물가가 내려가는 디플레이션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내 얼어붙은 시장을 타개하기 위한 출구 전략으로 ‘초저가’ 경쟁력을 내세워 다른 나라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우리 제조·유통 구조를 위협할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품질의 물건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소비자로서는 유리한 거래이고 또 자유시장 경쟁 체제에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문제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상품 대다수가 품질이 크게 떨어지거나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가품들이 넘쳐 난다는 점이다.
또 안보 관련해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해 악성코드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 앱 내려받기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성 검증 없이 중국 앱이 무차별로 깔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알리·테무 앱 설치 건수는 1300만 건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이 장기적 해외진출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전자상거래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저 일시적이고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욱이 중국 이커머스 업체는 국내에서 규제 적용이 되지 않아 국내 판매자 입장에서는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정부는 소비자는 물론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국 업체들에 대한 규제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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