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기초의원 정책개발비 취지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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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05 00:02:30

지방의회가 나아갈 방향으로 ‘공부하는 의회상 정립’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지방자치 시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지역 주민의 대의 기관인 지방의회 스스로 역량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지방의회 의원 정책개발비’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의원의 입법 지원 및 정책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자치단체 예산 편성 운영 기준’에 신설한 예산 항목으로 지방의원 1명당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한다. 앞서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부터 정책개발비를 편성하고 있던 것을 지방의원에도 적용한 셈이다.

이는 의원 연구단체의 정책개발 연구용역에 한해 사용되며 공청회나 세미나·간담회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기존에는 의원 연구 활동과 정책개발 및 연구용역 등에 비용이 발생할 경우 자치 법규를 제정해 ‘의정 운영 공통경비’를 별도 편성·지출해야 했다. 그러던 것이 의원 정책개발비 신설로 지방의회에서 양질의 정책을 본격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럼 제도 도입 5년 차인 올해까지 그 활용 실태는 어땠을까. 공공재정을 연구하는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본예산에 의원 정책개발비를 편성한 지방의회는 241곳으로 편성하지 않은 곳은 전체 243곳 중 단 2곳뿐이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20년에 50곳이 미편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제도에 대한 인식이 증대된 것을 알 수 있다. 편성액 또한 173억 원으로 2020년(129억 원)보다 44억 원 늘어났다. 집행액을 보면 지난해 136억 원으로 2020년(57억 원) 대비 79억 원 증가했다. 당초 편성액(169억 원)의 80.2%에 달하는 집행률을 보인 것이다. 2020년의 집행률은 44.4%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기준 의원 정책개발비를 편성한 후 의원 연구단체를 결성하지 않거나 연구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정책개발비가 전액 집행되지 않은 의회도 전체 지방의회의 13.1%인 32곳으로 나타났다. △2020년 110곳 △2021년 64곳 △2022년 126곳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개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예산 미집행은 제도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의원들은 제도를 적극 활용해 정책 연구와 역량 강화를 위해 보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극적인 의정 활동의 피해가 지역 주민의 삶에 고스란히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성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역사회의 현안과 지역개발 수요에 대응하는 지역 밀착형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방의원들의 정책 연구를 의원 정책개발비로 지원하는 것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과제 발굴을 위한 의원 역량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며 “정책 연구 실질화를 위해서는 연구과제 사전심의와 연구 결과 사후심의를 강화하고 중복연구 방지와 연구 성과물 공유를 위해 연구 결과보고서 공개와 전국 단위 공유시스템 구축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제도 운영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정수희 js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