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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 후 산책 중 뭔가 이상한 간판을 보았다. ‘00노인유치원’이다. 흔히 유치원(幼稚園·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라 하면 아주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노인들이 가는 유치원이라고 하니 문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충 의미를 유추해 보면 ‘치매 초기 증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낮에 운영하는 학습관’을 의미하는 것 같다. 보통은 재가 노인복지원이라고 한다. 필자가 문제 삼는 것은 ‘노인’이라는 단어와 ‘유치’라는 단어가 상대적인 개념인데, 어떻게 같이 쓰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주변에 여러 곳을 찾아보았더니 ‘노치원’ ‘노인유치원’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노(老)’와 ‘치(稚)’, ‘노인(老人)’과 ‘유치(幼稚)’ 등이 서로 상치(相馳·서로 의도하는 바나 방향이 어긋나다)되는 개념인데 시대가 거꾸로 가는 것인지, 늙으면 어린이와 같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노인공부방·어르신놀이방 등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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