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약이 아닌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대한약사회는 21일 정부의 안전상비의약품 국민인식 조사를 두고 “국민의 구매 편의에 대한 선호조사다”라며 “편의점 판매 품목 확대와 규제 완화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이상(76.6%)이 편의점 상비약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시기는 약국 영업이 끝난 오후 7시~밤 12시(39.3%)나 일요일·공휴일(43.8%)에 집중됐다. 국민 90% 이상은 기존 제품 추가(95.0%)와 새로운 의약품 종류 확대(94.3%)를 원했고 향후 구매 의향도 94.6%로 높았다.
현행 안전상비의약품은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20개 이내 품목을 1일 복용량 단위로 판매 중이다. 조사 참가자 92.7%는 ‘24시간 연중무휴’ 판매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약사회는 “국민 불편의 본질이 품목 부족이 아니라 시간적 제약에 있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상비약 구매 이유의 54%와 구매 의향이 있다는 84.5%가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 이용’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 상비약 구매자 중 53.7%가 약국 이용이 가능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약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회는 심야·공휴일 긴급 대응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일상적인 판매 채널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의약품 위험성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실시된 조사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맞섰다. 품목 확대 찬성자 중에서도 개별 품목 찬성률은 지사제(29.8%)나 멀미약(29.8%)이 가장 많았지만 30%를 넘지 못했다. 이어 화상연고(25.7%), 외용소독약(23.0%), 인공눈물(21.9%) 순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수면제(2.3%)나 항생제(0.1%)까지 희망 품목으로 제시된 점도 언급했다.
품목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오남용 우려(39.5%)와 편의점의 관리 부실(30.2%), 부작용 안내 부족(25.6%)이 꼽혔다. 약사회는 정부의 구체적인 안전 대책 부재에 대해 문제도 제기했다. 아울러 공공심야약국 확충과 휴일지킴이약국 활성화, 운영약국 정보 제공 등 대안에 대한 국민의 선호를 비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편의점 판매 확대인지 필요한 시간에 약사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약국의 확대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장 약사 역시 상비약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우려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근무하는 김 약사는 “타이레놀은 간독성이 있는데 음주 후 두통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흔하고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간 종합감기약에 타이레놀을 추가 복용하면 상용량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부작용은 급성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춘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약국 문이 닫힌 시간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 판매 품목을 늘리기보다 필요한 시간에 약사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상업적 수익성에 의존하는 민간 편의점 확대 방식으로는 접근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안정적 지원과 휴일 운영약국 정보 제공 강화, 취약지역 공적 공급체계 마련 등 국가가 책임지는 보건의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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